이직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부터 얘기할게요. 경력직 이직의 첫 단추는 채용공고를 얼마나 많이 알아보느냐도 아니고 경력기술서를 얼마나 잘 작성하느냐도 아닙니다.
중요한 건 바로, ‘나의 캐릭터(전문가 정체성)’를 먼저 설정하는 일입니다.
여러분의 커리어를 하나의 스토리로 본다면,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나’가 어떤 사람인지 먼저 정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이게 되어야 다음 단계인 경력기술서나 포트폴리오에서 길을 잃지 않습니다.

왜 캐릭터가 먼저인가?
이직 준비가 막막해지는 이유는 대개 하나입니다.
‘열심히 일했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데, 그 ‘열심히’가 남들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순서가 바뀌어야 합니다.
경력기술서, 포트폴리오를 쓰기 전에, 내 커리어 이야기의 주인공(나)이 어떤 사람인지 먼저 정의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떤 경험을 강조하고 덜어낼지 기준이 명확해지고, 스스로도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지가 명확해지면 서류에도 힘이 실리고 면접에서도 일관된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경력직 이직의 4단계
이직은 보통 네 단계로 진행됩니다.
1. 캐릭터(정체성)
2. 경력기술서
3. 포트폴리오
4. 면접
이 중 첫 단계인 캐릭터만 제대로 끼우면, 이후 단계는 “무엇을 쓰고 말해야 하는지”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직을 단지 지금 있는 곳이 싫어서 옮기는 게 아니라, 내가 주도권을 쥐고 커리어 도메인을 확장하는 여정으로 생각하신 다면, 지금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세요.

신입과 경력의 차이
신입 시절에는 ‘무엇이든 배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라는 말이 꽤 강력한 무기였죠. 저도 그때는 그 패기 하나로 현장을 누볐던 것 같아요. 기업 입장에서도 신입을 뽑을 땐 당장의 성과보다는 그 사람이 가진 밑바탕, 즉 ‘가능성’에 기대를 겁니다. 이 친구가 우리 조직에서 얼마나 스펀지처럼 흡수하며 성장할지, 그 미래 가치에 베팅하는 거죠.
하지만 경력직의 세계로 넘어오면 게임의 규칙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경력직에게 기업이 묻는 건 잠재력이 아니라 딱 하나예요.
“지금 우리 팀이 마주한 이 문제를 당신이 해결해 줄 수 있는가?”
그래서 경력직의 언어는 ‘배우겠다’가 아니라 ‘기여하겠다’로 바뀌어야 합니다.
가끔 경력기술서를 검토하다 보면, 본인이 했던 일을 시간순으로 빽빽하게 적어 오시는 분들이 계세요. “3년은 뭐했고, 5년은 뭐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요.
이렇게 하면 탈락할 확률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사실 연차는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쌓이는 거잖아요. 그래서 크게 설득력이 없습니다. 중요한 건 5년이라는 시간 자체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가’입니다. “A 업무를 했습니다”가 아니라, “A 업무의 비효율을 어떤 방식으로 개선해 조직에 어떤 이득을 만들었습니다”로 말해야 합니다.
캐릭터 설정이란 결국 내 경험을 재정의하는 일입니다
“나는 이런 환경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했고, 당신네 조직에서도 같은 효용을 낼 수 있다”라는 걸 명확히 보여주는 거죠. 내가 가진 기술과 경험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이익으로 돌아갈지 그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연차를 넘어 ‘경력’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핵심입니다.
여러분이 조직에서 낼 수 있는 확실한 효용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장이 원하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완성될 거예요.
혹시 나만의 강점과 정체성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계신가요?
제가 그동안 도움드렸던 분들은 (한 달 수강 기준) 모두 자기만의 강점과 캐릭터를 찾았습니다.
여러분도 찾을 수 있습니다.
오리너구리가 되지 않는 법
이직 준비를 하다 보면 흔히 “이것도 할 줄 알고 저것도 잘합니다”라는 말로 자신을 포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걸 다 잘한다고 할수록 정체성은 흐릿해집니다. 마치 포유류인데 알을 낳고 부리는 오리를 닮은 오리너구리처럼요.
기업이 경력직에게 원하는 건 만능 엔터테이너가 아니라, 특정 맥락에서 확실한 한 방을 내는 전문가입니다.
경험이 많을수록 더 중요한 건 ‘도구의 개수’가 아니라,
“결국 이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인가?”라는 한 줄의 정의예요.
그리고 또 중요한 것.
캐릭터 설정은 단순히 서류 통과를 위한 전략만은 아닙니다. 내가 가장 자연스럽게 성과를 내는 ‘옷’을 찾는 과정이기도 한데요. 회사 입맛에 맞춘 캐릭터를 억지로 연기하면 어떻게 될까요? 합격해도 매일이 연기이고, 결국 번아웃이나 매너리즘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반대로 나다운 캐릭터를 세우면, 이직 후 적응 난이도가 낮아집니다. 면접에서 보인 모습과 실제 일하는 모습의 괴리가 줄어들고, “저 사람은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 사람”이라는 신뢰가 생기거든요. 그렇게 되면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 없이 내 역량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나다운 캐릭터를 정립해야 하는 이유는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행복하게 일하기 위해서입니다.
내가 어떤 도메인에서 빛나고,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때 가장 나다운지부터 점검해보세요.

과거를 복기하며 강점 발견하기
나만의 색깔을 찾는 첫 걸음은, 내가 지나온 길을 다시 걷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즉 경험을 낱낱이 해체해보는거에요. ‘단순히 어느 회사에서 무슨 일을 했다’ 수준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저에게 멘토링을 받으시면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실겁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특별히 내세울 게 없어요”라고 말씀하시는데, 사실 그건 실제 성과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내 경험을 제대로 ‘해체’해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혼자서도 복기하실 수 있도록 간단하게 글로 정리해볼게요.
먼저 지금까지 맡았던 업무들을 쭉 펼쳐놓고, 그 안에서 내가 내렸던 ‘중요한 결정’들을 찾아보세요. 특히 예상치 못한 난관이 닥쳤을 때가 분명 있었을거에요. 그때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셨나요? 데이터에 매달려 근거를 찾았나요, 아니면 유관 부서 사람들을 한 명씩 찾아가 설득하며 돌파구를 찾았나요? 혹은 기존의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툴을 도입하는 모험을 하셨나요?
이 선택들이 쌓여 ‘내가 일하는 방식’을 드러냅니다.
단순히 “A 프로젝트 완료”라고 적는 대신,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떤 책임의 무게를 견뎠는지 찬찬히 복기해 보세요. 내가 유독 기분 좋게 몰입했던 순간이나, 동료들에게 “역시 너답다”는 소리를 들었던 지점을 찾아내는 게 핵심이에요. 누군가는 엉망진창인 프로세스를 정돈하는 데서 쾌감을 느끼고, 또 누군가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던질 때 에너지를 얻거든요. 이런 패턴들이 반복되고 있다면, 그게 바로 여러분의 고유한 캐릭터이자 대체 불가능한 강점인 셈이죠.
이 작업은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이 확신이 서야 경력기술서 문장 하나에도 힘이 실립니다.
내가 나를 신뢰하지 못하는데, 기업이 나를 신뢰하길 바랄 수는 없으니까요.
제가 캐릭터 설정을 도와드렸던 한 이직 준비생 분은 경력기술서와 포트폴리오가 완전히 달라졌고, 한 플랫폼 기업의 대표에게 직접 면접 제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강력합니다.
나만의 ‘일하는 문법’을 발견하는 이 시간은, 단순한 이직 준비를 넘어 내 커리어의 중심 잡는 소중한 시간이 될 거예요. 조금은 투박하더라도 괜찮으니, 여러분의 발자취 속에 숨겨진 보석 같은 태도들을 하나씩 건져 올려보시길 바랍니다.
조직에 가져올 변화 정의하기
강점을 발견했다면 다음은 적용입니다. 이직은 내 역량을 새 조직에 ‘이식’하는 과정이니까요.
저는 이 단계를 ‘Before & After’를 설계하는 시간이라고 부릅니다.
“내가 없던 팀과, 내가 합류한 뒤의 팀은 무엇이 달라질까?”
이 질문에 답이 있어야 합니다.
“시키는 일 열심히 하겠습니다”는 기업이 듣고 싶은 언어가 아닙니다.
기업은 구체적인 변화 시나리오를 원합니다.
예를 들어 “워크플로우를 정돈해 협업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겠다”처럼요.
이게 내가 조직에 가져올 변화의 실체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가 지원하려는 팀의 결핍이 무엇인지 먼저 포착해야 하는데요. 채용공고를 다시 읽고, 업계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겪는 성장통을 추정해보세요. 그리고 그 빈틈에 내 강점이라는 퍼즐 조각을 맞추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저도 예전에 커리어를 전환할 때 이 지점을 참 많이 고민했어요. 단순히 ‘나 이런 거 할 줄 알아요’라고 나열할 때는 반응이 시큰둥하더니, ‘당신들의 이런 비효율을 제 이런 경험으로 이렇게 바꿔놓겠다’고 구체적으로 제안하니까 비로소 상대방의 눈빛이 달라지더라고요. 나를 뽑아야 할 이유를 내가 정해주는 게 아니라, 그들이 나를 상상하게 만드는 거죠. 내가 그 팀의 책상에 앉아 일하고 있는 모습, 그리고 그 결과로 팀의 성과 지표가 올라가는 모습을요.
이건 단순히 ‘자신감’의 문제는 아닙니다. 내 역할을 스스로 정의해 보는 ‘책임감’에 가깝습니다. 내가 들어갔을 때 팀원들의 업무 부하가 줄어들지, 아니면 팀의 매출 구조가 다변화될지, 그것도 아니면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훨씬 유연해질지…
아주 작은 변화라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내가 그 조직에서 어떤 ‘효용’을 만들어낼 사람인지 스스로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 팀에서 어떤 변화의 시작점이 되고 싶으신가요? 아직은 조금 막연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내가 합류했을 때 이 팀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다 보면, 어느 순간 경력기술서의 첫 문장이 예전과는 다르게 써지기 시작할 거예요. 내 경력이 단순한 과거 기록이 아니라, 새로운 조직의 미래를 바꾸는 열쇠로 느껴지는 그 짜릿한 경험을 꼭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마무리
캐릭터를 잡는 일은 처음엔 막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제대로 세워두면, 이직이라는 길고 고단한 레이스에서 중심을 잃지 않게 해주는 아주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 줄겁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직은 단순히 회사를 옮기는 일이 아니라, 내 삶의 주도권을 확인하는 과정이니까요.
지금 당장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늘 고민하고 짚어본 조각들이 모여서 당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만들어낼 테니까요. 스스로를 믿고 이 과정을 차근차근 즐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충분히 잘하고 계시고, 또 잘 해내실 거예요.
자, 이제 기초 공사는 끝났습니다.
다음 단계에서는 오늘 정리한 이 캐릭터를 바탕으로 실전 무기인 ‘경력기술서’를 함께 써보려고 해요. 오늘 세운 캐릭터가 글 전체의 단단한 뼈대가 되어줄 겁니다. 뼈대가 튼튼하면 그 위에 어떤 경험을 얹어도 흔들리지 않는 법이거든요.
그럼, 다음 글에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이어가 볼게요.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